기본계획

기본계획만 16개이건 정말 아니잖아

기본계획이 그 취지에 맞게 제대로 수립되고, 또 이행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기본계획의 필요성

  • 정책은 다양한 이유로 계속 변합니다.
    • 정책평가 결과, 기술의 발달, 여론의 변화, 장관 등 주요 의사결정자의 교체, 돌발적인 사건ㆍ사고 등은 정책의 변화를 초래합니다.
  • 그렇다고 해서 아무 기준없이 정책이 마구잡이 변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효과를 낼 수 없습니다.
    • 그래서 국민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전반적인 정책 방향을 공유할 수 있는 기본계획이 필요합니다.
    • 기본계획에는 지금의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 정책 목표, 주요 정책, 향후 계획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그리고 노동관계법에서는 대개 5년을 주기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본계획의 문제점

  • 기본계획은 좋은 것입니다. 그리고 법에 근거도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 첫번째 문제는 법에 따라 수립해야 하는 기본계획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 고용노동부장관이 노동관계법에 따라 수립해야 하는 기본계획은 총 16개 입니다.
  1. 국가기술자격제도발전기본계획 (국가기술자격법 제5조)
  2.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기본계획 (산업안전보건법 제7조)
  3. 남녀고용평등 실현과 일ㆍ가정의 양립에 관한 기본계획 (남녀고용평등법 제6조의2)
  4. 숙련기술장려기본계획 (숙련기술장려법 제5조)
  5. 장애인의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을 위한 기본계획 (장애인고용법 제7조)
  6. 고령자의 고용촉진에 관한 기본계획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3)
  7. 고용정책 기본계획 (고용정책 기본법 제8조)
  8.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 (건설근로자법 제3조)
  9. 자격관리ㆍ운영기본계획 (자격기본법 제7조) - 교육부 공동
  10. 직업교육훈련 기본계획 (직업교육훈련법 제4조) - 교육부 공동
  11. 직업능력개발기본계획 (직업능력개발법 제5조)
  12. 근로복지증진에 관한 기본계획 (근로복지기본법 제9조)
  13. 청년 미취업자 고용 확대 계획 (청년고용법 제8조)
  14.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 (사회적기업법 제5조)
  15.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 기본계획 (경력단절여성법 제4조) - 여가부 공동
  16. 일학습병행 추진계획 (일학습병행법 제6조)
  • ‘기본’ 계획인데, 16개나 된다는 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기본계획은 통상 5년을 주기로 수립합니다.
    • 더군다나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시기도 제각각입니다.
    • 기본계획은 정책 방향을 정하는 계획이니까 상식적으로 대통령 임기 1년차에 수립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임기 3년차나 4년차에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그리고, 계획이 기본계획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 기본계획이 있으면, 이를 시행하기 위한 시행계획이 필요합니다.
    • 시행계획은 매년 작성해야 합니다. 즉, 매년 16개의 시행계획이 작성되고 있는 겁니다.
  • 기본계획(시행계획 포함)을 작성하고, 그 이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본계획 담당자는 2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 첫번째 선택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상황을 관리하는데 투입하는 것입니다.
    • 두번째 선택지는 기본계획을 빠른 시간 내에 대충 만들고, 다른 일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 선택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기본계획이 얼마나 중요한가’입니다.
    • 기본계획이 정말 중요한 것이라면 담당자는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서 기본계획이 제대로 수립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기본계획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면 담당자는 기본계획을 형식적으로 수립하고, 다른 중요한 일을 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 담당자의 대부분은 2번째를 선택합니다. 즉, 기본계획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 첫번째 가장 중요한 이유는 향후 5년간의 정책방향이 국정과제를 통해 대부분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 아무리 기본계획이라 하더라도 국정과제와 방향이 다를 수는 없습니다.
      • 그 말은 곧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정책방향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과제에서 정해진 정책방향을 구체화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 두번째 이유는 기본계획이 장기계획이기 때문입니다.
      • 당장 내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데, 5년 후의 성과를 위해 계획을 세우라고 하면 담당자 입장에서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 향후 5년간의 변화를 예상하려면 적어도 이전 10~15년간의 변화 추이를 파악하고, 미래에 영향을 미칠 요인을 분석하고,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주장, 현재 정책에 대한 현장의 반응을 이해해야 합니다.
      • 그렇게 힘들게 기본계획을 작성한다 하더라도 그게 맞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 마지막으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기본계획 수립 말고도 할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 워낙 많은 기본계획이 만들어지고 있고, 기본계획 말고도 OOO대책 같은 것들이 수시로 발표되기 때문에 기본계획에만 매달려 있어서는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 공무원들에게 기본계획은 ‘기본으로 해야 할 일’ 정도로 인식되기 일쑤입니다.

개선 방안

  • 그러면 이 기본과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을 개정해서 다 없애버려야 하나요?
  • 제가 생각하는 대안은 기본계획을 통합하는 것입니다.
    • 기본 계획은 1~2개면 충분합니다. 16개씩이나 되는 기본계획은 필요없습니다.
  •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기본계획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기본계획은 모두 고용정책 관련 기본계획입니다.
    • 15개 기본계획을 통합한 고용정책 기본계획을 작성하고, 그 하나의 기본계획이 개별법에 따른 기본계획임을 명확히 하면 됩니다.
  • 그리고 국정과제 선정과 기본계획 수립이 연계될 수 있도록 작성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 국정과제가 선정되는 해에 기본계획을 함께 수립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본계획이 5년 또는 3년 주기로 수립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기 조정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본계획을 한번 더 만들면서 시기를 조정하면 됩니다.
      • 2018년에 기본계획을 만들었다고 해서 2021년에 다시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 통합 기본계획은 각 파트별로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현황 분석과 기본방향까지는 주무과에서 작성하고 각 파트별 주요 정책은 개별 기본계획의 소관과에서 작성해서 하나의 보고서로 합치면 됩니다.
    • 그 과정에서 중복과제도 걸러내고, 여러 부서나 여러 부처가 협업해야 할 과제도 발굴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내실있는 기본계획이 될 것입니다.

기대 효과

  • 기본계획이 통합되고, 작성시기가 조정되면 지금보다 기본계획의 중요성이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 국정과제와 함께 정책의 기준으로서 작동하고,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 되며, 정책 평가의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기본계획 때문에 소모하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사람은 대개 일 잘하는 고참급 사무관이나 서기관입니다. 그 사람들의 역량을 사용해야 하는 곳은 많은데, 별로 중요하게 활용되지 않는 기본계획보다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다면 정책의 품질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