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장 이야기

현실을 알아가기 위한 작은 노력수습교육은 최저임금 일자리 체험활동으로

고용노동부 직원이라면 최저임금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경험이 없다면 책으로라도 말이죠.
노동현장을 기록한 책은 앞으로도 계속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임계장 이야기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인데, 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다 퇴사한 저자가 버스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경비원, 버스터미널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쓰러져 해고되기 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라고 해도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근로조건은 보장되는 것이 마땅한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고용노동부 직원으로써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 하루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터미널을 방문해 시급 노동자들을 불러 모았다. 회사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까지 사전에 공지를 했다. 좌우에 수행원들을 대동한 장관이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여러분, 애로 사항이나 부당노동행위가 있으면 편하게 말씀하세요. 장관이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대표이사와 상무, 전무가 모두 도열해 있는 자리였다.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면전에서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라니 그만둘 각오를 하고서라도 말을 해보라는 뜻이었을까.

  • “막말로 일제 때도 붙어먹는 놈이 잘 살았지, 저항하는 놈은 죽기밖에 더했어? 당신들도 고분고분 하라는 대로 해야지 대들면 잘리기밖에 더 하겠냐고. 다시 그 안 씨처럼 헛소리하는 경비원 있으면 잘릴 각오들 하라고.”

  • 실제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2017년 들어 최저임금이 6030원에서 6470원으로 상승했는데, 그 상승분 440원을 주기 싫어서 무급 휴게시간을 한 시간 더 늘린 상황이었다.

  • “아파트 경비원을 감시적 단속적ㆍ근로자라고 해서 휴게시간을 마음대로 늘리고 있습니다. 경비원이 이렇게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습니까?”

  • 휴가의 사용 실태에 관한 비정규직 지원센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일당을 주고 대체 근무자를 구한다”라고 응답한 경우가 약 60%, 옆 동료가 대체 근무를 해준다고 응답한 경우가 약 30% 였다. 그러나 내가 일했던 아파트나 빌딩에서는 관리자들이 이런 동료의 대체 근무조차 허락해 주지 않았다. … 몸이 아파도, 경조사가 있어도 일당을 주고 대체 근무자를 구해 놔야만 쉴 수 있다면, 그것을 휴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 “병이 났다고요? 그럼 빨리 사직서를 제출하세요. 그러면 실업 급여는 받을 수 있도록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사직서를 내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해고하게 되며 이 경우 실업 급여를 못 받게 됩니다.”

  • “어디 법대로 해봐라”라는 것이 고용주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법이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금액은 아주 적고, 일터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니 시급 노동자들은 아파도 아픈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도리어 감추려 애쓴다. 아프면 잘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아파트 관리비 상승을 고려해 경비원이 잡무를 겸하도록 결론이 나게 되더라도, 차제에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경비 업무 외의 잡무를 계속하되, 경비원이 ‘감시ㆍ단속적’ 근로자가 아님을 인정받아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는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마음 아픈 이야기들이 주는 부정적인 효과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권리가 보호받지 못할 거라고 짐작하고 아예 보호받기 위한 신청조차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이야기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근로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고용노동부가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근로자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바뀌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고용노동부나 공인노무사를 찾아 도움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워낙 성품이 성실하고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시는 분이라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것을 알아볼만한 시간이 없어서 포기하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와 비슷한 마음으로 임계장 이야기에 나온 노동법 사례들을 정리한 ‘녘’님의 블로그가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임계장 노동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