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계
임금은 어떻게 주어야 하는가일한만큼연공/직무/직능/성과 September 20, 2020일자리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의 하나는 임금체계의 설계 방법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임금을 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임금체계의 의미
- 임금은 일한만큼 주면 됩니다.
- 문제는 ‘일한만큼’이라고 할 때,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 임금체계는 결국 어떤 사람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 즉, 어떤 사람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인지 결정하고, 일을 잘 하는 사람에게 좀 더 많은 임금을 주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일을 잘 하는 사람입니까?
1. 첫 번째 기준: 연공급 - ‘오래 일한 사람이 일을 잘 한다’
- 근로자는 사업주가 지시하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 그런데, 사업주가 지시하는 일을 매번 비슷하기 때문에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경험이 많이 쌓이고, 그 결과 일을 더 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런 기준에 따른 임금체계를 ‘연공급’ 또는 ‘호봉제’ 라고 부릅니다.
- 이 기준은 다음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첫째, 근로자의 장기 근속을 유도합니다.
- 연공급 임금체계를 가진 회사에 입사한다면, 근로자는 최대한 퇴사하지 않고 오래 근무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 그래서, 연공급 체계의 회사에는 지시를 적절히 수행하며 성실한 근무태도를 유지하는 직원들의 비율이 많습니다.
- 이러한 특징은 업무의 변화가 크지 않은 경우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 둘째, 평가가 필요없습니다.
- 임금의 기준이 ‘일한 기간’이기 때문에 별도의 평가가 필요없다는 것은 꽤나 큰 장점입니다.
- 직원들이 얼마나 일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자료를 제출받고, 검증하고, 비교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으며, 그 결과에 모두 만족하기도 어렵습니다.
- 첫째, 근로자의 장기 근속을 유도합니다.
- 반면, 단점도 존재합니다.
- 첫째, 동기부여가 쉽지 않습니다.
- 근무기간이 길어질수록 임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많은 근로자들이 해고되지 않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실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변화에 둔감하게 됩니다.
- 둘째, 아주 우수한 인재의 영입이 어렵습니다.
- 어떤 직원이 다른 직원들보다 특출나게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주기 어렵습니다.
-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우수한 인재들은 영입하기 어렵고, 영입하더라도 곧 떠나게 됩니다.
- 첫째, 동기부여가 쉽지 않습니다.
- 전체적으로 보면, 연공급 역시 훌륭한 임금체계 중의 하나입니다.
- 특히, 회사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가 크게 변하지 않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중요한 곳이라면 연공급은 훌륭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사회적으로 보면 ‘오래 일한 사람이 일을 잘 한다’는 연공급의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두 번째 기준: 직능급 -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일을 잘 한다’
- 같은 일을 하더라도 분명히 더 잘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 체력·근력과 같은 신체적 능력이나, 지식·이해력과 같은 정신적 능력, 의사소통·공감능력과 같은 사회적 능력 등 직업과 관계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일을 더 잘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근로자의 직업능력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체계를 ‘직능급’ 또는 ‘숙련급’이라고 부릅니다.
- 이 기준은 근로자의 직업능력 향상을 유도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 회사에서 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그에 따라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 근로자들은 자신의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게 됩니다.
- 이러한 직무능력의 향상은 자연스럽게 업무 성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 단점은 근로자의 직업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 직업능력은 근로자가 회사에서 맡은 직무를 수행할 능력, 즉 직무능력이 어떤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근로자는 2가지 이상의 직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여러 직무에 대한 능력을 평가하여 합산해야 합니다.
- 개별 직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근로자의 경력, 교육, 훈련, 자격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필요하고, 그 정보를 직무능력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기준(표준) 역시 필요합니다.
- 즉, 회사에서 수행하는 모든 직무에 대한 평가기준이 존재하고, 그에 맞게 평가를 해야하는데 그 평가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 그렇다고 경력기간이나 자격증 취득여부 등을 기준으로 직무능력을 평가하게 되면, 실제 직무역량과 평가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 개인별 직업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직능급 도입의 전제인데, 그 전제를 충족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 고용노동부는 기업의 이러한 어려움을 다소나마 완화하기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직능급을 도입한 기업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세 번째 기준: 직무급 -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이다’
- 회사에는 다양한 일이 있고, 누군가는 그 중에서 어려운 일을 맡게 됩니다.
- 다른 사람이 하기 싫어하거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보는 임금체계를 ‘직무급’이라고 합니다.
- 직무급도 직능급과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수행하는 직무에 대한 평가에 기초한 임금체계입니다.
- 다만, 직능급은 근로자가 같은 직무를 수행하더라도 개인의 직무수행능력을 각각 평가해야 하지만, 직무급은 직무 그 자체로 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수행하는 직무가 같다면 여러번 평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 즉, 100명의 사람이 각각 10명씩 다른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면 직능급은 100번의 평가를 해야하지만, 직무급은 10번만 평가하면 됩니다.
- 직무급의 어려움 역시 직무에 대한 평가에 있습니다.
- 그러나, 직능급이 직무에 대한 평가와 개인에 대한 평가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직무급은 개인에 대한 평가는 없기 때문에 직능급보다는 평가의 난이도가 다소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직무급을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능급으로 바꿔나가기 위한 과도기적 모델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 참고로, 같은 일을 한다면 같은 임금을 주어야 한다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이러한 직무급 임금체계에 기반한 것입니다.
4. 네 번째 기준: 성과급 - ‘성과를 낸 사람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이다’
- 성과급의 취지는 단순합니다. ‘일을 잘 해낸 사람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연공급, 직능급, 직무급은 모두 근로자가 일을 잘 할지에 대한 미래 예상을 근거로 한 임금체계라면, 성과급은 과거의 실적을 기준으로 한 임금체계 입니다.
- 성과급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직원들이 목표지향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입니다.
- 자동차를 1000대 팔면 연봉의 20%를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자동차 대리점의 직원들은 자동차를 1대라도 더 많이 팔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근로자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방법을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다른 임금체계에 비해 성과급이 가지는 분명한 장점입니다.
- 반면 성과급의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 첫째,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 매년 800대 밖에 팔리지 않던 자동차가 1,200대 팔렸는데, 그 이유가 정부의 자동차세 감면 때문인지, 사람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새로운 자동차가 출시되었기 때문인지, 회사 차원에서 할인행사를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인지, 판매사원들이 전년도 보다 더 노력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성과목표를 정량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평가도 매우 어려워집니다.
- 개인별·팀별 평가와 관계없이 무임승차자는 항상 존재합니다.
- 둘째, 단기성과에 매몰될 수 있습니다.
- 성과목표를 단기적, 수량적으로 정하게 되면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편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 자동차 판매로 예를 들면, 12월 말에 자동차 계약하고, 성과평가가 끝난 1월 초에 계약을 취소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 그러한 편법을 막기 위해 성과목표를 좀 더 정교하고 자세하게 규정할수록, 사람들의 행동은 점점 더 이상해집니다.
- 첫째,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 성과급의 단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장점이 워낙 확실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성과급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 단, 성과급으로만 임금을 결정하면 단점이 커지기 때문에 다른 임금체계와 병행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임금체계가 좋을까요?
- 어떤 임금체계가 좋은 임금체계인지는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에 달려있습니다.
- 회사의 일을 익히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회사라면 연공급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실적을 쉽게 평가할 수 있는 단순작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 회사라면 성과급이 가장 좋은 효과를 냅니다.
-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는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직무급이나 직능급이 좋겠지만, 직무평가가 얼마나 정확한지 그리고 그 결과를 얼마나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 제가 생각하기에는 연공급·직능급·직무급·성과급이 모두 필요합니다.
- 근로자의 임금을 꼭 단일한 임금체계로 결정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 연공급, 직능급, 직무급, 성과급을 각각 일정한 비율로 임금에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 회사에 처음 입사한 사람에 대해서는 연공급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 처음에 입사한 사람의 개인적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회사에서 한 사람분의 몫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그 회사에 일하는 방식을 익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 회사에 적응하기에 필요한 기간(대략 3~5년)만큼에 대해서는 연공급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입사 초기가 지난 시점부터는 연공급의 비중을 줄이거나 없애고, 직능급·성과급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 회사에 오래 근무한 근로자일수록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연공급은 그런 경향을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 직능급과 성과급은 중간급 이상의 근로자들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 회사 내에 중요한 직무에 대해서는 별도의 직무급을 지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직무급을 전체 직무에 대해서 적용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 직무급의 장점은 어려운 일,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근로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줄수 있다는 점입니다.
- 회사 내에서 인기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성과급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직무급은 직능급이나 성과급의 불합리성을 보완하는데 사용하기 좋은 임금체계입니다.
임금체계의 중요성
- 근로자는 일한만큼 임금을 받고 싶고, 사업주는 근로자가 기여한만큼 임금을 주고 싶습니다.
- 회사 내의 구성원들이 역시 이러한 입장을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 임금체계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이러한 공감대를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속입니다.
- 이 약속을 믿을 수 있어야 사업주와 근로자는 일에 집중할 수 있고, 기업의 생존과 고용의 안정이 가능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