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목표
정책의 목표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예산집행률은 아님이상적인 이야기 November 28, 2020일자리 정책을 기획할 때 한 번 정도는 정책의 목표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정책 목표를 생각해 봐야 하나요?
- 일자리 정책을 새로 만들거나 또는 기존의 정책을 개선하는 업무, 즉 정책업무를 맡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일자리 정책의 목표를 생각해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 왜냐하면 보통은 일자리 정책의 목표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 이 글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근로시간 단축 정책과 관련하여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스토리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근로시간 단축 정책의 목표는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끝!
여러분은 근로시간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해오세요.
- 이렇게 쉽고 단순한 접근법이 유용할 때도 있지만 한 번쯤은 좀 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이해하기 쉽고 측정이 가능한 목표이긴 하지만, 목표를 이 정도로 단순하게 이해하면 정책도 단순해집니다.
-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퇴근시간 이후에는 PC를 꺼버리면 일을 못할꺼야! PC-off제를 도입한 중소기업에게 지원금을 주면 되겠네!
-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이 장시간 일하는 기업에 PC-off 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근로시간이 줄어들지는 않을 겁니다. 어쩌면 ‘측정된’ 근로시간은 줄어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실제 일하는 시간은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책 목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기
- 정책 목표를 좀 더 깊게 이해해야 합니다. 좀 더 깊은 이해는 그 행위를 하는 이유를 알아가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 사업주가 근로자들에게 장시간 근로를 시키는 이유, 근로자들이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장시간 근로를 하는 이유를 이해해야 합니다.
- 그러한 이유가 한 가지만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복합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유는 고정적이지 않고 시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 주어진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퇴근을 못하는 것일수도 있고, 혼자만 먼저 퇴근하는 것이 눈치가 보여서 일수도 있고, 초과근무수당이 필요해서 일수도 있고, 친구와 저녁약속이 있는데 기다릴 곳이 마땅치 않아서 일수도 있습니다.
- 근로시간 단축의 범위에 대해서도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주 40시간 일하면서 초과근로를 1주에 2시간 정도밖에 안하는 사람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에 포함되는 것일까요?
- 아니면, 주 5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우리의 목표에 포함되는 것일까요?
가치관의 변화를 추구합시다
- 가장 근본적이고 오랫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정책목표, 즉 진정한 정책목표는 ‘가치관을 바꾸는 것’입니다.
- 사람들이 장시간 근로를 성실함의 징표가 아니라 근무시간 내에 일을 마치지 못했다는 경고로 받아들인다면 또는 일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보편화된다면 지원제도가 없어도 근로시간은 단축될 것입니다.
- 가치관의 변화없이 규제나 지원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물론, 그러한 시도가 반복되면 어느 정도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예를 들어,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된 회사에서 수요일마다 강제로 퇴근을 시킨다면, 정시에 퇴근했을 때 삶의 질이 높아지는 체험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장시간 근로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할 수 있습니다.
- 물론, 그러한 시도가 반복되면 어느 정도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그러나 가치관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방식은 성공 확률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가급적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 롤모델을 만들고, 우수사례를 보여주며,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체감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 가치관을 바꿀 수 있을 때에만 정책의 목표는 달성될 수 있습니다.
- 규제를 만들고, 지원금을 주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그런 방법들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