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문제
정책의 목표선택을 바꿀 수 있을까? June 27, 2020일자리 정책의 목표는 일자리와 관련된 사람들의 수 많은 선택을 더 좋은 방향을 바꿔나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선택’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선택과 일자리 정책의 목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황이 최악은 아니라는 의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니까요. 선택지가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보통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대부분의 선택은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선택 과정에 있어 일자리 정책이 목표로 하는 것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당장 먹을 것이 없다면, 그 사람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볼 기회를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만 합니다. 원래 일자리보다 조건이 좀 더 나쁘더라도 말이죠. 실업급여는 실직자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본다는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 일거리가 크게 줄어들어서 공장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다면 사업주는 숙련된 직원들을 계속 데리고 있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사업의 일시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에게 해고라는 선택지 외에 휴직이라는 선택지를 만들어줍니다.
둘째는 진정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의 이익이 최대화되는 선택을 하는데 실패합니다. 금연, 다이어트, 매주 책 한권 읽기에 실패하는 수 많은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 일자리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좀 더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는 선택보다 당장의 손해를 모면하려는 선택을 하곤 합니다.
-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숙련된 직원을 해고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성실하게 협상하는 것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들을 괴롭히는 것보다 낫습니다.
- 근로시간을 줄이고 직장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언성을 높이고 야근을 시키는 것보다 낫습니다.
- 감시가 없더라도 성과를 위해서 성실히 일하는 것이, 눈치를 보면서 업무를 회피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 업무역량을 높이기 위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것이 현실에 안주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 하지만, 지금 당장 어렵기 때문에 또는 나는 그런 선택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최적의 선택을 하는데 실패합니다.
선택을 바꾸는 방법
선택지를 만드는 방법은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을 바꿀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법으로 지원해주면 사람들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 어린 아이를 키워야 하는 근로자는 육아휴직을 하거나 직장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 장애인에게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근로지원인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 거주지가 없어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면 근로자 임대아파트에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 직업훈련비용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훈련비를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 일하다가 다쳤다면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은 선택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 정부는 2개 이상의 선택지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 그리고 사회에 더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선택지의 사회적·경제적 보상은 늘리고, 사회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선택지의 사회적·경제적 보상은 줄입니다.
- 고용창출, 노사문화, 산업재해예방, 일·가정양립 등 다양한 분야의 우수기업을 선정하고, 그 분야에 기여한 유공자들에 대해서도 매년 표창, 포상, 훈장수여 등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반면, 임금체불이나 중대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이나 그 사업주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표하거나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사회적 비난을 받도록 합니다.
- 정부는 사업주가 취업취약계층을 채용할 때, 경영상의 위기에 해고 대신 근로시간 줄이기나 휴직을 제안할 때, 근로자 복지제도나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때, 육아휴직을 부여하거나 직장어린이집을 지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지급합니다.
- 근로자나 실직자가 직업역량을 키우기 위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할 때, 취업의욕이 낮은 취업취약계층이 맞춤형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이수할 때, 아이를 키우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기보다 육아휴직을 신청할 때 등 역시 다양한 상황에서 근로자나 취준생 등에게 지원금을 지급합니다.
일자리정책과 데이터 기반 행정
사람들의 선택을 바꾸려는 정부의 노력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어떤 경우에는 그렇고,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의 차이입니다. 좋은 일자리 정책은 정부의 취지대로 사람들의 선택을 좀 더 좋게 바꾸고, 이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게 되고, 보다 많은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반면 나쁜 일자리 정책은 시간과 노력, 자원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원래의 취지와는 반대방향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더 많은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바로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수립, 집행, 평가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습니다.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해 데이터를 통해 정책의 효과를 판단하고, 정책 집행의 결과를 분석해 좀 더 나은 개선안을 만들고 시행하는 과정을 반복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정책의 품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 정책의 한계
지금까지의 이야기처럼 일자리 정책이 노동시장의 문제를 느리지만 확실히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 걱정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 사람들의 선택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 특히, 사업주와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정말로 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입니다. 약간의 지원금이나 다른 사람의 시선 등을 이유로 결정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취업취약계층을 채용하면 사업주에게 720만원의 고용촉진장려금이 지원됩니다. 그런데, 내가 채용한 취업취약계층이 자신이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출퇴근 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사업주는 그 사람을 채용한 것을 만족할만한 결정이라고 생각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가 받은 지원금이 자신의 회사를 망치게 된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돈을 좀 준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 어떤 행동이 더 좋은 행동인지 분명히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떤 취준생이 한 명 있다고 해봅시다. 그 취준생은 10개월 동안 자신이 원하는 공공기관에 취업하기 위해 공채시험을 준비해 왔지만, 안타깝게도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취준생은 고용센터에서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해서 일단 취업해야 할까요? 아니면 다시 1년을 준비해서 원하는 공공기관에 취업해야 할까요? 아니면 취업은 포기하고 작지만 자기만의 사업을 해야 할까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마치 그 결과를 알고 있는 것처럼 사람을 좀 더 많이 채용하고, 고용기간을 늘리는 것이 최선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에게나 사회적으로나 정말로 좋은 행동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셋째, 원하는 효과만 정확히 나타내는 정책은 없습니다. 실업급여는 비자발적으로 해고 당한 실직자가 다음 일자리를 찾기 위해 활용하면 좋은 제도이지만, 실업급여를 목표로 단기간 취업만 반복하고, 해고를 당하기 위해서 태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악용되기 딱 좋은 제도입니다. 아무리 정부라고 해도 사람의 속마음과 미래의 일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정책은 부작용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인 기대
정책 대상이 100명이 있다고 했을 때 그 중에서 50명의 행동을 아니, 30명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성공적인 정책이라면 10명, 우수한 정책이라면 3~5명, 평범한 정책이라면 1명 정도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입니다. 100명 중에 1명이라니 그 정책에 들어간 돈과 시간이 아깝다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업자 수가 약 100~120만명 수준이고, 취업자수는 2,500만명인 것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 않습니다. 100명 중에 1명의 선택만 바꿀 수 있어도 실업자 중에 1000명이 선택을 바꿀 수 있게 됩니다. 1000명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이라면 충분히 해볼만 하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1회성이 아니고 매년 그렇다면 더더욱 가치가 있습니다.